계류유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계류유산을 겪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바로 “왜?” 그리고 “혹시 내 잘못일까?”입니다. 임신 초기에 무리해서, 혹은 무언가를 잘못 먹어서 아기를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대부분의 초기 계류유산은 산모의 행동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소중한 아기를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 자책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류유산의 가장 흔한 원인 5가지를 통해 유산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이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적인 과정의 일부일 수 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압도적인 원인: 태아의 염색체 이상 (50~70%)
초기 계류유산의 절반 이상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는 수정 과정에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할 때, 우연히 염색체의 수나 구조에 오류가 생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염색체는 아기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모든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와 같습니다. 이 설계도 자체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면, 태아는 초기 발달 단계에서부터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 몸은 스스로 건강하지 않은 임신을 중단시키는 자연 도태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계류유산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는 부모의 유전적 문제와는 다른, 수정 과정에서의 ‘우연한 사고’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산모가 임신 초기에 무엇을 했는지 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산모의 나이: 난자의 노화
산모의 나이는 계류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난자도 함께 나이를 먹고 노화됩니다. 노화된 난자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것이 35세 이상 고령 임신에서 유산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이는 결코 나이가 많은 것이 잘못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유산의 위험이 높아지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고령 임신의 경우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원인 구분 | 주요 내용 | 산모의 책임 여부 |
---|---|---|
태아 요인 | 염색체 이상 (가장 흔함) | 관련 없음 (우연 발생) |
산모 요인 | 고령, 자궁 질환, 내분비 질환, 면역 문제 등 | 관련 없음 (질병 관리의 문제) |
자궁의 구조적 문제
아기가 자라나는 집인 자궁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수정란이 안정적으로 착상하고 성장하기 어려워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궁 기형: 선천적으로 자궁의 모양이 다르거나(쌍각 자궁, 중격 자궁 등) 내부가 나뉘어 있는 경우.
- 자궁근종: 특히 자궁 내막 가까이에 위치한 점막하 근종은 착상을 방해하거나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자궁내막 유착: 과거의 자궁 수술 등으로 인해 자궁내막이 서로 달라붙어 착상 공간이 부족한 경우.
이러한 문제들은 임신 전 검사를 통해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의 내분비 및 면역학적 이상
임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호르몬 환경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일부 질환은 이러한 호르몬 균형을 깨뜨려 유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내분비 질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갑상선 기능 항진증 또는 저하증, 황체호르몬 결핍 등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 면역학적 요인: 드물지만, 산모의 면역 체계가 태아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루푸스 등)이나, 혈액이 쉽게 응고되어 태반 혈관을 막는 항인지질항체 증후군 등도 반복적인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습관성 유산의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 검사를 통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생활 습관
앞서 언급한 원인들에 비해 영향력은 적지만, 심각하게 잘못된 생활 습관 역시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 이는 일상적인 수준의 스트레스나 가벼운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 흡연 및 음주: 임신 중 흡연과 음주는 태아에게 공급되는 혈류를 방해하고 기형을 유발하는 등 유산율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명백한 위험 요인입니다.
- 약물 복용: 임신 중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심각한 영양 결핍: 극단적인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심각한 영양 불균형 상태.
오해 |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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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초기에 좀 걸었다고 해서… | 일상적인 활동은 유산과 관련 없습니다. |
스트레스를 받아서… |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아닌 이상, 일상적 스트레스는 원인이 아닙니다. |
커피 한 잔 마셔서… | 소량의 카페인은 유산율을 높이지 않습니다. |
부부관계 때문에… | 의학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계류유산의 원인을 아는 것은 미래의 임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거의 아픔에 대해 자책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계류유산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건강한 아기를 만나기 위한 자연의 선택 과정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