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억제부터 면역 조절까지, 크론병 치료에 사용되는 주요 약물 완전 분석
크론병은 단순한 장염이 아닌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한 번 발병하면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염증이 반복되고, 그로 인한 통증, 설사, 체중 감소, 피로, 장 협착, 누공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크론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체계적인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며, 증상 조절과 관해 유지, 합병증 예방까지 모든 치료 목적에 맞춘 다양한 약물이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크론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을 종류별로 나누어, 약물의 작용 원리, 특징, 복용 방법, 주의사항까지 깊이 있게 정리해드립니다. 내가 먹고 있는 약이 어떤 이유로 처방되었는지, 그리고 다음 치료 단계는 무엇인지 이 글을 통해 전체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해보시기 바랍니다.
1. 아미노살리실산제 (5-ASA): 초기 치료에 쓰이는 장점막 항염제


아미노살리실산계 약물은 크론병보다는 궤양성 대장염에서 1차 약물로 더 자주 쓰이지만, 대장 병변이 중심인 크론병 환자에게도 염증 완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약물은 염증이 생긴 장 점막에 직접 작용해 사이토카인 생성을 억제하고 점막의 상피세포를 보호함으로써 증상의 완화를 돕습니다.
- 대표 약물: 메살라진(Mesalazine), 설파살라진(Sulfasalazine)
- 투여 방식: 경구, 좌약, 관장 등 다양함
- 복용 빈도: 하루 2~3회,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
- 작용 부위: 주로 대장, 말단 회장
- 주요 장점: 장 점막에 직접 작용 → 전신 부작용 적음
- 부작용: 두통, 피부 발진, 신장 기능 저하 가능성 있음
※ 소장에 염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소장 병변 중심의 환자는 다른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2.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급성기 빠른 염증 억제용 단기 치료제
크론병이 활성화되어 설사, 고열,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심할 경우 가장 먼저 사용하는 약물이 스테로이드입니다.
이 약물은 강력한 항염 작용으로 수일 내에 빠른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짧은 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대표 약물: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메틸프레드니솔론, 부데소니드(Budesonide)
- 복용법: 초기 고용량 → 수 주간 점진적 감량 (스테로이드 테이퍼링)
- 투여 경로: 경구, 정맥주사, 관장 등
- 특징: 염증 조절 속도 빠름, 관해 유도 효과 뛰어남
- 부작용: 고혈압, 부종, 골다공증, 혈당 상승, 감염 위험 증가
※ 부데소니드는 장 내에서만 국소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어 경증~중등도 환자에게 선호됩니다.
3. 면역조절제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의존 예방과 장기 관해 유지용
크론병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약물은 면역조절제입니다. 이 약물들은 장 내 과도한 면역 반응 자체를 억제하여 염증 재발을 방지하고 관해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스테로이드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스테로이드 의존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물군입니다.
- 대표 약물: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6-MP(메르캅토퓨린), 메토트렉세이트(MTX)
- 복용법: 하루 1회, 복용 효과는 6~12주 후부터 발현됨
- 특징: 장기 복용 가능, 약물 효과 지속적
- 모니터링: 주기적인 혈액 검사로 간 기능, 백혈구 수치 확인 필요
- 부작용: 감염, 간 기능 저하, 탈모, 골수억제
※ 시작 전 TPMT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약물대사 능력을 평가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4. 생물학적 제제 (바이오로직스): 정밀 면역억제 치료제
생물학적 제제는 최근 크론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고가 고효능 약물입니다. 기존 면역억제제보다 더 정밀하게 작용하며, 특정 면역 단백질(TNF-α, 인테그린 등)을 직접 차단해 염증을 억제합니다.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중단한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며, 중등도~중증 환자의 관해 유도 및 유지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 대표 약물:
- TNF-α 억제제: 인플릭시맙(정맥주사), 아달리무맙(피하주사)
- 인테그린 억제제: 베돌리주맙
- 인터루킨 억제제: 유스테키누맙
- 복용법: 초기 로딩(2~6주 간격) → 유지 요법 (8주~12주 간격)
- 투여 방식: 병원 내 정맥주사 또는 자가 피하주사
- 부작용: 주사부위 통증, 면역 저하, 감염(결핵, B형간염) 발생 가능
※ 생물학적 제제를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결핵, 간염, 암 병력 등 면밀한 검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비용 문제로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5. 항생제: 감염성 합병증과 누공·농양 치료 보조약
크론병이 진행되면 장내 염증뿐 아니라 누공, 농양, 장 천공 등 감염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항생제 치료입니다. 이들은 크론병의 염증 자체를 치료하진 않지만,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악화를 막고 염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보조 약물입니다.
- 대표 약물: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 복용 기간: 짧게는 7일, 길게는 수주 이상
- 복용법: 하루 2~3회, 식사 후 복용 권장
- 부작용: 오심, 입 안 금속 맛, 말초신경 이상(장기 복용 시)
※ 항생제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고, 임의 중단 또는 과다 복용은 내성균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크론병 치료 약물 총정리 표
약물 분류 | 대표 약물 | 주요 사용 목적 | 복용 방식 | 부작용 및 주의사항 |
---|---|---|---|---|
5-ASA | 메살라진, 설파살라진 | 대장 중심 경증 염증 억제 | 경구, 좌약 | 신장 기능 저하, 드문 발진 등 |
스테로이드 | 프레드니솔론, 부데소니드 | 급성기 염증 억제 | 경구, 주사 | 체중 증가, 감염 위험, 골다공증 등 |
면역조절제 | 아자티오프린, 6-MP, 메토트렉세이트 | 스테로이드 대체, 관해 유지 | 경구, 주사 | 백혈구 감소, 간독성, 감염 위험 |
생물학적 제제 | 인플릭시맙, 아달리무맙, 베돌리주맙 등 | 재발 방지, 고효능 치료 | 정맥 또는 피하주사 | 고가 약제, 감염 위험, 면역계 이상 반응 |
항생제 | 메트로니다졸, 시프로플록사신 | 감염성 합병증 조절, 누공 치료 보조 | 경구 | 말초신경염, 입 냄새, 위장 장애 |
결론: 약물의 이름보다 ‘내게 맞는 조합’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론병 치료는 단순히 ‘어떤 약을 복용하느냐’보다 ‘언제 어떤 약을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각 약물마다 역할이 다르며, 같은 환자라도 증상 변화나 합병증 유무에 따라 약물 조합과 치료 계획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항상 정기적인 진료와 혈액 검사, 내시경 평가를 통해 스스로 약물 작용을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크론병의 긴 여정을 버티는 힘이 됩니다.
나에게 필요한 약물의 이름, 복용 시간, 부작용 여부 등을 잘 기록해두고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의료진과 소통하는 것이 크론병 치료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