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이라고 불렀던 그 병, 이제는 이상지질혈증? 두 용어의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를 알려드립니다.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 들었을 때, 어떤 곳에는 ‘고지혈증’이라고 적혀 있고, 또 어떤 곳에서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쓰여 있어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두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사실 이 둘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지혈증이 무엇인지, 이상지질혈증은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두 용어가 포괄하는 범위와 의미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용어의 정확한 이해는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적절한 관리 방법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고지혈증(Hyperlipidemia): 과거의 용어, 좁은 의미
고지혈증(高脂血症, Hyperlipidemia)은 말 그대로 ‘혈액 속에 지방(지질)이 너무 많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에는 혈액 검사에서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이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주로 총 콜레스테롤, LDL(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고지혈증이라는 용어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하고 혈액 속 지질 성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이 용어만으로는 혈액 지질의 모든 이상 상태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 현재의 용어, 더 넓은 의미
이상지질혈증(異常脂質血症, Dyslipidemia)은 ‘혈액 속 지질(지방) 성분에 이상이 있는 상태’를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의 용어입니다. 단순히 지방 수치가 높다는 것을 넘어, 지질 성분의 ‘불균형’ 상태까지 포함합니다.
이상지질혈증은 다음과 같은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 LDL(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가장 흔한 형태이며, 혈관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합니다.
-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과도한 탄수화물이나 알코올 섭취로 인해 증가하며, 동맥경화 및 췌장염 위험을 높입니다.
- HDL(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HDL은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하므로, 이 수치가 낮으면 혈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즉, 고지혈증이 ‘높은’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상지질혈증은 ‘높거나 낮거나, 혹은 비율이 맞지 않는’ 모든 비정상적인 상태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이는 혈액 지질의 복합적인 문제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분 | 고지혈증 (Hyperlipidemia) | 이상지질혈증 (Dyslipidemia) |
---|---|---|
의미 | 혈액 내 지방(지질) 수치가 높은 상태 | 혈액 내 지방(지질) 성분에 이상이 있는 모든 상태 (높거나 낮거나 불균형) |
포함 범위 |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
현재 사용 |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점차 사용 빈도 감소 | 의학적으로 더 정확하고 권장되는 용어 |
왜 용어가 바뀌었을까요? HDL 콜레스테롤의 중요성
용어가 ‘고지혈증’에서 ‘이상지질혈증’으로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HDL(좋은) 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입니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운반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하므로, 이 수치가 낮으면 아무리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과거 ‘고지혈증’이라는 용어는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를 명확히 포함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정상인데 HDL 콜레스테롤만 낮은 환자의 경우, ‘고지혈증’이라는 진단명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은 이러한 HDL 콜레스테롤의 이상까지도 포괄하여 진단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의 혈액 지질 상태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상지질혈증, 왜 중요할까요?
용어의 차이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상지질혈증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오랜 기간 방치하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을 유발합니다. 동맥경화증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 협심증 및 심근경색: 심장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가슴 통증을 유발하고,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입니다.
-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뇌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 말초동맥질환: 팔다리 혈관이 좁아져 통증, 저림, 괴사 등을 유발합니다.
이처럼 이상지질혈증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위험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혈액 지질 수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이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질 항목 | 정상 범위 (mg/dL) | 이상지질혈증 해당 여부 |
---|---|---|
총 콜레스테롤 | 200 미만 | 200 이상 시 이상지질혈증 의심 |
LDL 콜레스테롤 | 100 미만 (위험도에 따라 목표치 다름) | 130 이상 시 이상지질혈증 진단 (위험도에 따라 100 이상도 해당) |
HDL 콜레스테롤 | 40 이상 | 40 미만 시 이상지질혈증 진단 |
중성지방 | 150 미만 | 150 이상 시 이상지질혈증 진단 |
이상지질혈증과 고지혈증에 대한 궁금증 Q&A
Q: 그럼 이제 고지혈증이라는 말은 쓰면 안 되나요?
A: 일상생활에서 ‘고지혈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 용어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HDL 콜레스테롤의 중요성까지 강조하기 위해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용어를 권장하고 사용합니다.
Q: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는 환자의 혈액 지질 수치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 흡연 여부,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가족력 등 다른 위험인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조절 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Q: 이상지질혈증은 완치될 수 있나요?
A: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완치’의 개념보다는 ‘조절’의 개념이 더 강합니다. 생활 습관 개선이나 약물 치료를 통해 혈액 지질 수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할 수 있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수치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꾸준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지혈증과 이상지질혈증, 이제 그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셨나요? 용어의 변화는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혈액 지질에 대한 의학적 이해가 깊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혈액 지질 수치를 정확히 알고, 건강한 생활 습관과 필요시 적절한 치료를 통해 건강한 혈관을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