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꿈을 꾸며 소리를 지르거나, 자주 깨고 뒤척이며 깊이 잠들지 못하는 수면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노화 때문이 아니라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RBD)는 진단 수년 전부터 나타날 수 있는 파킨슨병의 조용하고 은밀한 첫 증상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는 동안의 행동, 뇌신경이 보내는 가장 빠른 경고일 수 있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도파민 신경이 손상되며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운동 기능뿐만 아니라 수면, 감정, 후각, 장 운동 등 전신의 다양한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질환입니다.
그중 수면장애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이미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파킨슨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비운동 증상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특히 밤사이 꿈을 꾸며 몸을 실제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렘수면 행동장애의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향후 파킨슨병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렘수면 행동장애(RBD), 잠든 뇌의 통제력이 무너질 때

렘수면(REM sleep)은 꿈을 꾸는 단계로, 이때 뇌는 활발히 작동하지만 신체 근육은 정상적으로 이완되어 움직이지 않도록 제어됩니다. 하지만 RBD가 발생하면 뇌의 이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꿈속 행동을 실제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 싸우고 있다면 실제로 손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고, 누군가를 피해 도망치는 꿈을 꾸면 실제로 침대에서 몸을 구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수면 중 행동은 단순한 잠꼬대가 아니며, 신경계 퇴행의 초기 징후로 신중히 살펴야 하는 주요 경고입니다.
단순 불면증과 어떻게 다를까?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등의 수면 양상의 문제지만, 렘수면 행동장애는 ‘자는 동안 과도한 움직임이나 이상 행동이 동반되는 수면 질의 이상’입니다.
또한 수면 중 몸의 반응성 증가, 근육 긴장 유지, 공격적인 움직임 등 의식 없이 위험한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수면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구분 항목 | 단순 불면증 | 렘수면 행동장애(RBD) |
---|---|---|
주 증상 | 잠이 안 오거나 자주 깸 | 자는 동안 행동, 발성, 움직임 발생 |
자각 여부 | 대부분 본인이 인지함 |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가족이 먼저 관찰 |
행동 특성 | 움직임 없음 | 손 휘두름, 발차기, 소리 지름 등 동작 발생 |
연관 질환 가능성 | 우울증, 스트레스 | 파킨슨병, 루이체 치매, 신경 퇴행 질환 등 |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다른 파킨슨병 전조 증상
렘수면 행동장애가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파킨슨병 초기의 다른 비운동 증상들과 함께 발생한다면 신경과적 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증상 항목 | 설명 내용 |
---|---|
후각 저하 | 음식, 향수, 연기 냄새를 잘 맡지 못함 |
변비 | 배변 간격이 길어지고 완화되지 않는 만성 변비 |
우울감 | 원인 없이 무기력하고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태 지속 |
손떨림 | 한 손에서 조용히 시작되는 휴식기 떨림 |
느려진 동작 | 옷을 입거나 세수하는 일상이 느려지고 지체됨 |
걸음걸이 변화 | 발을 끌거나, 보폭이 줄고 방향 전환이 어려워지는 양상 |
이러한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단순한 생활 패턴의 변화로 볼 수 없으며,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 환자 이야기로 보는 수면장애의 경고

“남편이 자면서 손을 휘두르고 소리를 지르길래, 처음엔 그냥 악몽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거의 매일 밤 그런 행동이 반복되고, 가끔 저를 때리기도 해서 무서웠죠. 병원에서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아보니 렘수면 행동장애라고 하더군요. 그 후 1년쯤 지나 손떨림과 말 느려짐 증상이 생겨, 결국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수면 중 나타나는 이상 행동은 단순한 밤의 해프닝이 아니라, 신경계 질환의 가장 이른 경고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배우자가 수면 중 이상한 행동을 자주 목격한다면 반드시 전문 수면 클리닉이나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렘수면 행동장애는 보통 본인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동거인의 증언이 매우 중요하며 다음과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또는 수면 클리닉에서 ‘수면다원검사(PSG)’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검사 항목 | 목적 |
---|---|
수면다원검사 (PSG) | 수면 중 뇌파, 근전도, 심박, 움직임을 기록하여 수면 행동 분석 |
뇌 영상 검사 | 파킨슨병 가능성 확인 위한 도파민 신경계 영상 촬영 등 |
신경심리 평가 | 기타 인지 기능 저하 및 신경 퇴행 가능성 병행 평가 |
검사 후 파킨슨병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도파민 조절제, 수면 안전 조치, 증상 조절 약물 등을 통해 초기 대응이 가능하며, 적극적인 관리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론: 밤에 조용히 나타나는 행동이 가장 먼저 시작된 신호일 수 있다

사람은 자는 동안에도 뇌가 끊임없이 신체 기능을 조절하고 조율합니다. 하지만 뇌 신경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수면 속 움직임, 목소리, 행동 변화로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발견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조기 경고 신호이며, 이 신호를 무시하면 가장 빠른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서 이상한 행동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잠버릇이 아니라, 신경계가 당신에게 보내는 구조 요청일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조용한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